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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7.5.2-17.5.4 하바롭스크-이르쿠츠크 열차여행

진예령 2017. 5. 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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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0여시간의 열차여행. 사흘이 조금 안되는 기간이지만 제법 긴 시간이어서 타기 전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열차를 기다렸다.

그 덕에 열차 출발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는 바람에 8시 25분 탑승이었는데 5시부터 일어나서 할 일을 다하고 숙소에서 와이파이와 함께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느긋하게 있었다. 숙소도 기차역 바로 앞이라서 직전에 나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7시쯤 블라디에서 열차타고 오셨다는 분들이 숙소로 들어오는 바람에 엄청 혼란스러워져서 내가 시간을 잘못 알았나 싶어 바로 기차역으로 뛰어나갔다. 알고보니 블라디에서 하바롭스크로 오는 열차는 모스크바까지 가는 열차 말고도 다른 열차가 더 있는거였다. 

덕분에 와이파이 안되는 역에서 굴러다니면서 티켓도 다시 뽑고 (이티켓이 있어도 하나 받는게 좋은게 기념으로도 있지만 열차타면 차장이 티켓을 가져가는데 이티켓 가져가면 내가 몇시쯤 내리는지 도착할때쯤 돼서 차장이 티켓을 다시 던져주면 그 후 30-60분 후에 내려야하기때문에 마음의 준비따위 할 여유가 없을 수 있다. 하나 더 받아도 어차피 모르는 말이라 맘편히 열차타고 차장에게 주는게 좋다.)

할거없어서 30분동안 멍때리면서 내가 탈 열차가 어느 플랫폼으로 들어오는지 뜰때까지 기다리고 플랫폼 확인하자마자 신나서 달려갔는데 열차시간 너무 칼같다. 일찍 들어오고 그런거 없음.

저번 블라디-하바롭 구간도 그랬지만 차장들이 티켓 확인하고 내가 열차 탈때마다 캐리어를 들어줘서 엄청 고마웠다. 책을 세권씩 넣었더니 겁나 무거워서 힘들었는데 매우감사. 말은 안통하지만 둘다 친절했다.

3등석 자리는 이렇게 생겼는데, 이 열차가 7번열차였나. 나름 제법 신식이다. 

이불을 등뒤에 쌓고 기대서 누우니까 천국이다. 정말로 열차 타면서 책보다 자고 밥먹고 자고 쫌만 졸려도 계속 자는 생활을 했다.

차장실, 화장실 및 뜨거운 물을 받을 수 있는 온수기. 라면 먹을때나 차 마실 때 등등 자주 이용했다.

맨 끝에서 본 6인실의 모습. 왼쪽에 2층으로 네명이 잘 수 있고 오른쪽은 두명자리다. 

그리고 정말 운이 좋았던 게 내 자리에는 특이하게 콘센트가 있었다. 완전 반가워서 타자마자 한번 충전기 꼽아봤는데 동작을 안해서 아 이건 뭐지 그냥 훼이크였나 하고 넘어갔는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내 자리 와서 한번씩 물어보고 자기걸로 시도도 해보고 안된다는걸 깨닫고 돌아갔다.

그랬는데 열차타고 반나절쯤 지나서였나. 앞자리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이 아저씨 결국 나랑 같이 하바롭스크에서 타서 이르쿠츠크까지 같이갔다ㅋㅋ) 한번 물어보고 내가 안된다고 했었는데 자기걸로 시도해보더니 안되는걸 보고 가방에서 전압기(?!)를 꺼내서 확인했었다. 이후엔 내가 열차 앞쪽에서 충전을 시도하러 간 30분 사이에, 콘센트에 무슨 일을 하신건지 잘 동작한다는 소식을 알려줬다. 그리고 정말 이후에는 콘센트가 잘 동작해서 남은 열차시간 내내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 게으름뱅이가 되었다.!!


중간에 좀 오래 서는 역에서는 잠깐씩 내려서 근처에서 먹을걸 사오거나 뛰어다닐 수 있다. 이르쿠츠크 가는 길까진 아주 팔팔해서 20-30분씩 쉬는 역이나 10분 남짓 잠깐 서는 역에서도 내려서 스트레칭도 하고 열차 근처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정말로 뛰어다니기도 했었다.

같은 칸 타는 사람들은 멈췄을때 한번씩 말을 걸기도 했는데 이 때 입고 있던 티에 Republic of ... 어쩌고가 써있어서 한국에서 왔냐 옷에 republic이 써있다며 북한이냐고 자꾸 물어봐서 아니라고 설명하기 힘들었다. 구글맵까지 보여주면서 남한이라고 애써 설명했는데 그사람들은 러시아어고 난 영어로 각자 말해서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의문이다. 


열차를 타고 멍때리면서 바깥을 보면 살얼음낀 강도 볼 수 있었다. 지금 5월인데......? 

하지만 사실 이쪽은 그렇게 추운 기온도 아니었다. 이르쿠츠크 즈음 와서는 새벽에 가끔 영하로 내려간다고는 했는데 내가 갔을땐 그래도 새벽 최저 온도가 1-2도 정도였으니 안나가면 그만이라 딱히 걱정이 없었다.


열차안에서도 한번씩 돌아다닐때 차장이 말을 걸었기도 하고 내가 지나가다가 궁금한걸 물어보기도 했다. 처음에 말걸었을땐 러시아어를 모르니까 뭘 해도 대충 대답하고 웃었더니 그게 괜찮았는지 웃는게 보기 좋다고 해주기도 했다. (제스쳐와 하라쇼로 알아들음ㅋㅋ 이것도 한참 러시아어 하다가 제스쳐까지 내려와서 알아들었다고 할만한 상태가 된거라... 감으로 알아들었다고 치고싶다)


차장실(?) 근처에 붙어있는 샤워가능하다는 얘기와 열차에서 파는 것들.

열차에서 샤워는 150 루블을 내면 할 수 있고, 샤워가능한 칸이 따로 있다. 수건이나 씻을 용품 등은 챙겨가야한다. 차장한테 얘기하면 씻고싶은 시간을 얘기하고 그 시간이 가능하면 가서 씻을 수 있다. 

이 열차는 7번 열차였는데 (반대방향은 8번 열차), 한자리대 열차는 샤워가 가능한 것 같다. 구식 열차는 안타봐서 모르겠다.

열차 안에서 살수 있는 물건들은 제법 다양한데, 많은 사람들이 빌려서 쓰는 컵은 .... 매우 비싸다. 

세트로 3760루블, 한화로 5~6만원 정도 하는 금액인데 그 앞에 있는 1060 루블이 유리잔인지 컵홀더인지 궁금해서 물어봤으나 따로는 안파는듯. 차장이 컵 세트가 들어있는 박스를 보여주면서 영업을 시도했으나 예산이 부족해서 못샀다. ㅜㅜ

저때 자석이라도 살껄 하는 후회는 하고있다. 열차에선 보통 온수기 앞에 과자나 차, 라면 등을 놓고 파는데 모스크바에 거의 다 와 갈 때즈음에는 슬슬 물건들이 없어지기 시작한다. 다 팔린건지 치운건지는 모르겠지만 기념품 같은 경우는 치운것 같기도 했다.

열차에서 기념품 같은걸 살 생각이 있다면 가급적 일찍 사는 것이 좋다. 


열차에서 먹는 흔한 라면. 컵라면도 먹겠지만 집에있던 라면도 먹고싶어서 챙겨가서 뽀글이로 먹었다.

러시아를 돌아다니면서 돈은 있는데 식당이 어딘지 모르겠다면 아래 글자를 찾아가면 된다.

레스토랑이라고 써있는건데 이 때 즈음 러시아어를 읽을 수 있게 되어서 식당칸이라고 써있는걸 발견했다. 지나가보긴 했지만 식당칸에서 뭘 먹은 적은 없는데 듣기로는 한끼에 500루블 정도 생각하면 되고 음식은 괜찮은 편이라고.. 


열차에선 의외로 해뜰때 새벽같이 눈을 떴는데 그때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도저히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을만큼. 사진에는 내가 느낀 것보다 덜 아름다워보이지만 이 땐 더욱이 지나는 길이 강과 맞닿아 있어서 더 좋았다. 잠깐 눈떠서 사진만 찍고 다시 자려고 했는데 풍경에 반해서 계속 감상했었다.

먹을 게 쌓여있는 자리 ㅎㅎ 다 내껀 아니고 앞에 계신 저 분과 하바롭스크-이르쿠츠크 구간을 함께 했는데, 콘센트를 고쳐주시고 과자도 한번 나눠먹었다. 3일 내내 저 그린필드 홍차를 탐냈지만 25개짜리를 너무 잘드셔서 차마 하나 달라고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이르쿠츠크에서 그린필드 홍차 사서 남은 과자랑 같이 먹었는데, 내 자리 앞에 있는 저 과자가 차나 커피랑 정말 잘 어울린다. 믹스 커피에 찍어먹으면 진짜 꿀맛임! 그리고 배불러서 끼니를 해결하기에도 적절하다.)

남은 신라면 뽀글이 한봉지. 그리고 같은 칸에 있던 한국분에게 받은 미역국밥. 처음 먹어봤는데 이 것도 제법 괜찮았다. 그 한국분은 다른 국밥도 먹어봤는데 다른 종류는 별로였다고ㅋㅋ 저 안에 누룽지 밥알이 들어있는데 이건 라면에 넣어먹어도 맛있을 거 같았다.

바이칼 호수에 거의 다 와서는 정말 눈밭이 펼쳐졌다. 러시아는 5월도 춥구나.

열차안은 20도 정도를 유지해서 바깥에 눈이 펼쳐져 있어도 안에서는 추운걸 잘 모르지만 이 근처를 지나갈땐 가급적 열차 밖으로 나가려고 하진 않았다. 반팔 입고 맨발로 나가기엔 너무 추웠다.

하지만 열차가 바이칼 호수 근처를 지날 때 보는 풍경은 너무 예뻐서 핸드폰을 손에서 뗄 수가 없었다. 눈으로도 즐기고 사진으로도 남기는데 사실 시간은 충분했다. 몇시간 동안 근처를 달리는데 조금씩 달라져서 보는 재미가 있기도 했다.

이르쿠츠크 근처에선 눈이 쌓여있진 않았다. 햇빛이 잘 드는 곳인듯.

이제 거의 내릴 때가 되니까 도시같은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반가워 이르쿠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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