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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7.5.5 이르쿠츠크

진예령 2017. 5. 30.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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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쿠츠크에 도착한건 오후 4시 정도였다. 

날씨는 엄청 좋았고 같은 열차를 타고 이르쿠츠크에서 내린 한국인들끼리 바로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한분은 시간이 빠듯하다고 해서 다른 한분과만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나름 근처의 식당 '부자'를 찾아가려 했으나 역에서 부자까지는 구글맵으로 찍어보니 생각보다 거리가 멀어서 포기. 마침 시간 여유도 있어서 근처 숙소에 짐을 먼저 던져두고 시내가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여기는 이르쿠츠크역 정면을 지나. 숙소가는길~

숙소 위치는 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지만, 지름길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흙길을 지나가는 거라 구글맵을 미리 다운받아놓지 않았다면 매우 해멨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당차게 인터넷도 연결 안했지만 구글맵은 받아놔서 정말 다행이었다. 물론 덕분에 이상한 지름길들을 통해 가느라 고생을 많이 했던 건 좀 있긴 하다. 몇번 겪고나선 인터넷 될때 웬만한 길은 미리 다 찾아놓고 캡쳐해놔서 덜 헤메고 다니긴 했지만 말이다. 물론 덜 헤멨다는 말이 고생을 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다. 열심히 찾았는데 고생할 건 다 하고 다닌듯 싶다.

그래도 이르쿠츠크 초반엔 매우 양호했다. 같이 다니던 분이 인터넷이 돼서 적당히 찾아보면서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내 숙소에 짐을 던져넣고 길을 찾아 버스를 타고 중앙시장 근처의 동행분 숙소에도 짐을 마저 던져넣고 바로 중앙시장을 찾아갔다. 


이건 거의 중앙시장 근처에 있던 건물이었는데 뭔지는 모르겠다.

이르쿠츠크 중앙시장

여기서 모스크바까지 갈 3일간의 열차에서 먹을 음식을 잔뜩 구매했다. 치즈가 정말 먹고 싶은데 3일 내내 치즈만 먹을 계획은 아니어서 적당한 양의.... 치즈 초심자가 먹을만한 치즈를 고르려고 부드럽고 마일드하고 빵이랑 먹거나 그냥 먹어도 괜찮은 치즈를 추천받겠다며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아주머니께 크림치즈를 추천 받았는데, 결국 고른건 햄들어간 크림치즈....가 아닌 햄들어간 슬라이스치즈. 이것저것 꺼내서 추천 해주시던 아주머니께서 결국 내가 슬라이스치즈를 고르자 굉장히 지친 표정으로 슬라이스치즈를 주셨다. 

말이 안통해서 그런건지 기껏 골랐는데 딴거 사가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지나고나니 크림치즈 고를걸 그랬다는 생각이 매우 많이 들었다. 그 크림치즈 맛있을것 같았는데.... 다음에 또가면 크림치즈 사오고싶다. 하지만 물론 햄들어간 슬라이스 치즈도 엄청 맛있어서 라면에 넣어먹고 그냥도 먹고 엄청 좋았다. 한국에선 안파나 그런거?

시장에서 과일과 빵, 치즈, 그린필드 홍차 등등 먹고싶었던 것 들을 잔뜩 사가며 가방을 채운뒤 보려고 했던 카잔 교회를 찾아 이동했다.

걸어서 30분 정도 가면 되는 것 같아서 버스/트램을 타지 않고 걸어가서 돌아올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하고 걸어가면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러시아라 유럽 분위기도 나고 즐거운 마음에 뭘 봐도 다 아름답고 세상이 멋져 보였는데, 사진으로 다시 봐도 좋다.


그리고 드디어 찾아온 카잔교회. 정말 예뻤다. 시간이 오후 7시반 정도 되어 도착했을 때라 문닫았나 하고 엄청 걱정했는데 옆문이 열려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런 저런 각도로 바깥에서 사진을 찍고 내부 구경도 하고 나오니 정말로 문닫을 시간이었는지 우리가 나갈 때 안에 계신 분들도 나가고 문을 닫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겨서 운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엔 트램을 탔다. 러시아는 트램이나 버스 둘 다 정말 비용이 쌌는데, 트램이 ...  15루블. 우리나라 돈으론 300원도 안되는 금액이다. 대부분의 버스도, 버스마다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이르쿠츠크는 15루블 정도 했다.(하바롭스크에선 21~22루블 정도 냈다) 그런데 캐리어 들고 타면 캐리어도 사람만큼의 공간을 차지해서 그런지 2인 금액을 받는다.

여기는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 굉장히 예쁘게 생긴 목재주택이어서 구경도 해볼겸 들어갈까 했는데 벌써 문 닫았다.

사진만 봐선 이른 시간 같지만 이때가 벌써 오후 8시가 되어가는 시간이어서 .... ㅎㅎ


그리고 근처에 있던 슈퍼마켓. 아래 처럼 써있으면 다 슈퍼마켓이다. 처음엔 못찾아서 대체 뭐가 슈퍼마켓인가 했는데 한번 보고 읽고 나니까 이후엔 굉장히 찾기 쉬웠다.

여기서 몇개 사고 다른 슈퍼도 좀 들러봤는데 제일 크고 가격대도 괜찮고 (보드카도 종류가 다양했던) 살만하다 싶던 슈퍼마켓은 숙소인 도브리코트 근처에 있던 슈퍼마켓이었다. 건물 뒤로 돌아가면 있었다. 숙소 체크인 하자마자 직원한테 물어봐서 팁을 들었는데 시간상 다음날 가서 보면서 좀 후회함. 미리 보고 갔으면 전날 짐 좀 덜들고 돌아다녔을텐데.


저녁은 시내에 제법 많은 점포가 체인으로 있던 스시.... 스튜디오! 전단책자 같은것도 있어서 봤는데 배달도 가능한 듯 싶었다. 호스텔에서도 그 전단책자 봤음. 스시 스튜디오라 스시가 맛있을거라고 기대하고 스시 몇점과 다양한 동양식 메뉴 중 몇가지를 시켰는데 스시는 그냥 그랬고 동양식 메뉴가 매우 맛있었다. 대표적으로 칠리새우 같은거....? 커틀렛도 제법 괜찮았고 똠양꿍도 나쁘지 않았다. 스시는 다른 메뉴에 비하면 좀 별로였다. 가게 이름을 좀 바꿔야지 싶다.


저녁을 일찍 먹으려고 했는데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데 순위가 엄청 밀려서 늦게 먹고 (덕분에 중간에 시장에서 빵 하나와 크바흐 한잔을 하긴 했지만) 밖에 나오니 이미 어두워져있었다. 시장 앞의 큰 거리까지 잠깐 볼까 했는데 대부분이 문을 닫아서 잠깐 들어갔다가 바로 돌아나와 버스를 탔다.

지금 생각해도 이 선택은 잘못된 선택이었던것 같다. 큰길에서 숙소로 돌아오는 것도 30분 걸어오면 되는데다가 나름 도심에서 가는거라 밝은 길이었을텐데... 러시아에서 러시아말도 못하는데 거의 막차와 같아서 엄청나게 낑겨서 버스를 타고 두세정거장만 가서 내려달라고 외쳐야 하는데 한국어/영어로 내려달라고 외치는건 쌩까시는 버스기사님.... 심지어 다른 사람도 중간에 내리질 않아서 내릴 곳을 한참 지나서 겨우 내렸다. 근데 구글 맵 찍어보니까 버스 탔던데서 숙소 가는거리가 2.x km 였는데 버스타고 한참 더 지나서 내리니 3.x km 가 되어있었다.

러시아에서 버스 타실 분들은 가급적 "내려주세요" 정도는 러시아어로 할 정도가 되고나서 버스를 타는걸 추천합니다. 인터넷이 있으면 좋지만 말 못하는데 버스가 막 지나가는 이런 급박한 순간엔 아무짝에 쓸모없음. 내려서 택시나 겨우 탈 수 있으려나... 사실 택시도 영어 안통해서 타기 어려움... 번역기의 도움이 절실하다.


언어를 못하면 매우 힘들어짐을 새삼 깨닫고, 저녁 11시 정도라 매우 어두워진 시간에, 그래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덜 위험하며, 구글맵은 받아왔으니 숙소로 돌아가는 길도 알고 있고 5 km 이내라 걸어갈 수는 있는 곳에 내려졌으니 다행이라고 위안했다. 

어두우니 사실 처음엔 좀.... 많이 무서웠는데 기차에서 내려서부터는 계속 동행이 있던 터라 혼자 있을 시간도 필요했던 터여서 아직 배터리가 많이 남아있는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고 (심지어 흥얼거리면서) 숙소로 돌아갔다. 길에 사람도 하나 없고 주변에 사람 사는곳도 없어보여서 할 수 있던 만행이었다.

숙소 근처 와서는 그래도 좀 더 밝아지고 사람도 좀 다니기 시작해서 안심하고 들어갔는데, 숙소가니 거의 자정... 씻고 누우니 한시 ... 하핫

인터넷이 되는 김에 모스크바 정보도 좀 찾아보고 문명에서 벗어나 있다가 연결되어 기쁜 마음에 못다한 연락도 좀 하다보니 거의 네다섯시.... 늦은 시간까지 연락을 받아주신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리며 중간에 잠들었다. 깨니까 이젠 좀 나가서 돌아다녀야 도시에 머무는 시간이 덜 아까울 것 같아서 후딱 짐정리하고 나갔다. 자는건 이따 기차타고 다시 자도 되니까~

다리를 건너 걸어가며 이르쿠츠크 역에 서있는 기차들도 구경하고,


지난 밤에 걸어서 지나온 다리와는 다른 다리지만 (이건 버스로 지나친 다리) 낮에 보니 얼마나 좋으냐 하며 아침 산책을 했다.

첫 목적지는 다리를 지나 조금만 가면 있는 공원이었는데 날이 흐려서 공원에 분수도 별로 예쁜 느낌은 아니어서 아쉬웠다.

여기도 곧 전승제여서 그런지 행사가 많이 있었다. 원래 이런 행사를 항상 하는건가, 아래 건물들은 나름 다 근처에 있던 것들이었는데 사진으론 남기지 않았지만 대형 버스들도 많이 오고 군악대 같은 분들도 있었다. 스카우트 대원 같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또) 불꽃 근처에서 추모 같은걸 하는 장면을 봤다. 행사가 있어서 하는건지 항상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한참 걸어서 온 다시 강변. 알렉산더 상인가가 있는 곳 근처였는데 강에 있던 분수가 제일 예뻤다.

하지만 돌아갈 길을 생각하니 엄청 막막했다. 어제의 경험상 버스는 타기도 싫고 뭘 타야하는지도 모르겠어서 저 멀리 보이는 다리로 다시 걸어가는데, 이 위치에서 숙소까지가 5km 좀 더 됐던걸로 기억한다. 

숙소까지 돌아가는데 한시간 조금 더 걸리겠지 싶어서 2km 정도 더 거리가 있던 식당은 좀 어렵겠구나 싶었는데 걸음이 좀 빠르긴 했던건지 다행히 시간이 괜찮았다. 그래서 조금 더 걸어간 식당, 부자! 사진으로도 괜찮았는데 몽골 음식 같은게 있다고 해서 기어이 찾아왔다. 도착했을 때 시간도 많이 여유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왜냐면 메뉴판을 읽을수가 없어서 한참 고생했거든.............. 내가 시키고 싶은건 사진에서 봤던 종류별 만둔데, 그게 대체 뭔지 모르겠더라. 찍어둔 사진을 보고 이걸 달라고 해야하나 고민했는데 그래도 구글 번역기가 있어서 몇개는 읽고 몇개는 입력해보면서 타이틀별로 열심히 찾아봤다. 샐러드, 파스타, 라이스 등등이 있고 내가 먹으려고 했던 메뉴는 중간 위쪽에 있는 뷰즤... 정도로 읽는 것 같은데 이게 만두다!! 

그리고 왕만두 한개에 42, 50, 50, 45, 48 루블이니 별 생각없이 시키면 양조절이 어려울수도 있다. 사실 난 양 생각 안하고 그냥 세개쯤 시켰는데 딱 배부를 정도라서 다행이었다. 맛있어서 한두개 더 시킬까 하는 고민도 했는데 15분 정도 기다려서 나온 메뉴여서 다시 시키면 너무 오래 기다릴것 같았다. 

가게 분위기는 거의 카페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놔서 커플끼리도 많이 오고 여자들끼리도 많이오고 가족들끼리도 왔다. 분위기 좋고 맛도 있고, 사실 온 여자분들은 대부분 샐러드파스타 같은걸 시키던데 이게 나름 유명한 메뉴인듯 싶기도 했다. 나도 동행이 있었으면 샐러드 주문해봤을텐데, 아니면 만두를 종류별로 하나씩 다 시키고 밥도 시켜보거나 메뉴 선택지가 많았을텐데 하고 아쉬웠다.

그냥 만두, 구운 만두, 검정만두 이렇게 세 개를 시켰는데 다 맛있었다. 여자사람 기준으로 한끼 만두 세개 괜찮은데, 남자사람 기준은 안괜찮을 수 있다. 중국의 샤오롱바오쯔 같은 느낌으로 육즙이 안에 담겨있어서 살짝 베어물고 육즙부터 먹은 뒤 속을 먹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다같이 먹으면 입천장 다 델듯. 

그리고 다시 숙소로 돌아왔는데, 열차시간은 4시반이고 내가 숙소 도착한건 3시 조금 전이어서 느긋하게 다시 인터넷을 하며 쉬었다.

호스텔은 도브리 코트로, 역에서 가깝고 깔끔하고 편한곳을 찾고 있다면 강력 추천한다. 여기 직원은 영어도 잘하고 친절해서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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