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끼고 다녀온 제주여행 4일차

4일차 일요일. 태풍부는 전날이라 원래는 사려니숲길을 일정에 넣었다가 통째로 비워버리고

마지막 날이지만 숙소에서 쉬면서 배달음식이나 시켜먹자- 가 원래 내 계획이었다.

이전의 태풍을 겪고난 제주도의 사진을 봤을때 걱정을 너무 많이 했던 터라 이런날 나가면 다 위험한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은 그래도 아침에 맛있는걸 먹고 오겠다고 차타고 10분 정도를 나가서 생선정식 맛집을 찾아 드시고 오셨다. 

 

그리고 난 부모님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고 난 뒤에야 슬금슬금 일어나서 전투식량에 물을 붓고 끼니를 때웠다. 

나름 먹을만 하기도 했고 호텔에서 전투식량을 먹으니 괜히 해외여행 갔던 즐거운 기억이 생각나기도 했다. 

식사를 하면서 바깥을 보니 생각보다 바람도 얼마 안불고 비도 그리 많이 내리지 않아서 가까운 곳에 다녀오는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하고온 부모님 생각도 마찬가지었던 터라 드라이브나 가자 하곤 나가게 됐다.

 

둘째날은 우도 ~ 중문 해안도로를 달렸고, 셋째날은 산방산~중문 해안도로를 달려서 

이번엔 한림~산방산 쪽 해안도로를 가보는게 어떨까 하고 달리게 됐다. 저녁 6시 이전에만 숙소로 후딱 돌아오면 나름 돌아다닐만한 코스가 나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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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 달리다가 찾아간 곽지 해수욕장.

바다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고 비도 조금씩 오다말다 하는 날씨라 해안가 산책만 했다. 

비가와도 조용한 바닷가 분위기가 산책하기에 제법 괜찮았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맘 편히 다니기도 좋았다. 

쭉 이동하다보니 과물온천탕이 나와서 이게 대체 뭔가 했다. 남탕/여탕까지 있어서 아니 목욕탕인데 폐쇄된건가? 오픈된 목욕탕? 대체 뭐지? 하면서 들어가봤다. 

맨 왼쪽 아래의 공간이 여탕쪽 노천탕이었는데 간단하게 발을 담그고 쉴 수 있는 공간이랄까? 오픈되어있는 공간이라 목욕은 무리겠지만 발씻고 놀기엔 나름 괜찮아보였다. 

어디든 갈 수 있어서 남탕 여탕을 나눠놓은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긴 했지만 말이다. 

노천탕 뒤쪽에는 이런 공간이 있어서 바닷물이 들어오는 듯 했는데 여기에서 호스 같은걸로 물을 걸러 노천탕으로 공급하는거거나 어떤 방식으로 바닷물을 흘러들어오게 해서 노천탕으로 쓰이는 것 같았다. 노천탕 안의 물은 바닷물에서 받아오는 것 같았는데 소금기가 없어서 여과해오는 방식이 있을 것 같긴 했다.

가장 의심이 가는건 이 뒤쪽에 있는 공간에 나있던 호스를 통해 여과되는 게 아닐까 싶지만 확실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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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를 쭉 하고 다니다가 슬슬 배고파지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애월 카페거리 근처의 맛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제주도 특색이 있는 파스타를 먹어보자며 찾아온 곳 마네벤또. 

원래는 다른 순위권에 있던 파스타집을 찾아갔었는데 무슨 마을회관 같은 곳 1층에 자리잡고 있는데다가 사람도 엄청 많아보여서 바로 차를 돌려 다른 곳을 찾아온게 여기였다. 

가게가 작고 사장님 한분이 혼자 운영하는 곳이라 조금 대기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음식이 맛있었고 사람이 적은게 오히려 더 안심이 되기도 해서 잘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대기할때도 이 가게 바로 옆에 제법 규모있는 소품샵이 있어서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금방이더라. 

가게 안은 딱 열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공간으로 정말 작았다. 

메뉴는 제법 다양한 종류의 파스타와 그라탕 두가지, 그리고 샐러드가 있었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인지 영어는 물론이고 중국어와 일본어로 씌여진 메뉴판도 같이 있었다. 

메뉴 주문은 1인1메뉴라고 해서 3개만 주문하려다가 4개 주문하면서 다 먹을 수 있을지 살짝 걱정했는데 기우였음. 

대표 메뉴는 전복파스타와 제주돌담파스타인듯 많은 사람들이 커플로 와서 그 메뉴 두개 시키더라. 

그래서 전복파스타 + 제주돌담파스타에 밥을 추가하자! 해서 오리엔탈 스파이시 그라탕을 추가하고 또다른 오리엔탈로 오리엔탈 스파이시 파스타를 주문했다. (원래는 오리엔탈 파스타가 아니라 샐러드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날이 좋지 않아서 채소가 시들해 샐러드는 안된다고 ㅠㅠ)

먼저 나온건 간단한 식전빵. 적당히 바삭해서 허기를 달래기 좋았다. (이때 거의 2시다되어 먹는거라 이미 매우 배고픈 상태였다)

그리고 제주돌담파스타. 진짜 돌담같이 생긴 게 나와서 읭? 했는데 빵 안을 파낸게 돌담같아보이는 거였다. 

오징어다리 큰것도 있고 해산물도 제법 다양하게 있어서 괜찮았다. 게다가 크림소스도 적당한 농도에 양도 제법 있어서 빵을 다 찍어먹고도 남을 정도였다. 

왼쪽부터 오리엔탈 스파이시 파스타, 전복파스타, 오리엔탈 스파이시 그라탕이었다.

전체적으로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간 메뉴가 많아서 가격대가 있는데도 그렇게 비싸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맛있었는데, 메뉴마다 자기 취향이라는 사람들이 있어서 진짜 남김없이 긁어 먹었다.

 

오리엔탈 스파이시 파스타는 의외로 동생 입맛에 맞았고 돌담파스타는 다들 좋아했는데 내가 제일 잘 먹었던듯 하고, 전복파스타는 부모님이, 그라탕은 동생과 내가 잘 먹어서 정말 깨끗이 비워냈다. 나올때 사진을 찍어보니 정말 깨끗이 비웠다. 심지어 빠네파스타도 빵을 찢어서 다 먹고왔으니.... ㅎㅎ (뚜껑 정도 남겼다) 

가게 내부엔 이렇게 간단한 메뉴판도 위에 붙어있었다. 

문어파스타(돌담파스타)와 전복파스타는 유독 해산물도 많이 들어가고 아이디어도 들어가서인지 가격이 있는편이었지만 다른 파스타는 1.3만원으로 나쁘진 않은 가격이었다. 

가게는 정말 딱 10명.... 가족4명이 앉을 자리가 있어서 다행이긴 했다. 

가게 한켠에 냉장고 자석이 붙어있는게 제법 예뻐서 찍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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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어딜 갈까 하다가 카페 겸 책방이라는 곳이 궁금해서 찾아간 달리책방. 

실내라서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입구에서부터 발열체크도 다 하고 음료 안마실땐 다들 마스크 쓰고 수다떠는 분위기도 아니라 책만 읽는 분위기라 조용해서 괜찮은듯 했다. 

책들이 빼곡히 쌓여있는 공간이라 나름대로 넓은 편이긴 했는데도 자리가 엄청 많은 편은 아니었다. 다행히 우리가 갔을땐 자리가 있었지만 조금 있다보니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서 자리가 없다며 나간 사람들도 있었다.

느낌은 동네카페였는데 의외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서 신기했다. 

카페 이용 방법은 음료를 주문하거나 책을 사야 이용할 수 있었고, 음료 가격은 5천원 내외로 비싸지 않아서 좋았다. 

책이 진열되어있는 곳은 아예 새 책이라 파는 구역이 있었는가 하면 

읽는 책을 진열해놓은 구역에는 추천도서 서평같은 글들이 짤막하게 붙어있어 책을 고르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책방에서 조용히 책을 골라서 가족들이 다같이 두시간가량 독서의 시간을 즐겼다.

사실 너무 조용해서 중간에 좀 졸다가 웹툰책으로 바꿔읽었다. 개인적으로 평소 읽는 책들은 대부분 지식전달을 위한 도서거나 경제 관련 도서들이라 그랬는지 골랐던 책이 정말 나랑 안맞는 책이라 더 이상 볼 수가 없어서 바꿨다. 

 

 

그리고 이제 빗줄기도 굵어져서 후딱 호텔로 들어가는게 낫겠다 하고 이동하는길에 내일 항공권 결항 안내 문자를 받았다. 정확히 태풍이 한국을 지나갈때라 당연히 결항일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정말로 결항이 되니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이 되긴 했다. 

우선 제주도에 올때 들었던대로 바뀐 비행편을 문자로 알려준건 아니었으니 전화를 해서 변경해야했고 제법 오랜 대기 끝에 (10분정도 대기)  전화 연결에 성공했다. 결항시 취소는 무료라서 아예 취소하고 다음날 비행기로 변경할까 했는데 오후 1시정도에 출발하는 비행기로 변경할 수 있다고 해서 그걸로 변경해달라고 했다. 

혹시나 오후 1시 비행기도 결항이라고 연락이 오면 또 변경해야했지만 그래도 빨리 돌아가는게 더 나을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변경한 비행기로 잘 돌아올 수 있었으니 잘 한 선택이었다. 

 

가는길에 비행기도 전화로 변경하고 호텔에서 다시 쉬는 중... 유튜브를 틀어놓으니 배경음악이 나와서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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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녁은 바로 옆에 있던 돈가스 집에서 먹었다. 

포장을 해서 숙소에서 먹을까도 생각했는데 아직 생긴지 얼마 안된 가게라 포장이 준비되지 않아 안된다고 해서 가서 먹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마감시간 즈음 간 덕분인지 사람은 별로 없었다. 4명이지만 점심도 늦게먹어서 배고픈 상태는 아니었던 터라 메뉴는 세개만 주문했다. 

기본찬은 간단하게 세팅해주는데 하나 독특했던건 양배추 소스였다. 유자폰즈 같은 느낌인데 여기서 직접 만든 소스 같았다. 

주문한 메뉴는 왼쪽부터 바당튀김(바다에서 나는 음식으로 만든 튀김), 프리미엄 뼈등심, 등심 돈가스 이렇게 세개였다.

프리미엄 뼈등심이 등심보다 훨씬 부드럽고 촉촉한 느낌이었는데 왜 튀김옷이 검정색인지는 모르겠다. 

바당튀김에는 전복도 있었다고 했는데 먹은 사람이 엄마밖에 없는데 심지어 엄마도 그게 전복인지 몰랐다고 하니..... 무슨 맛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나머지 새우튀김과 생선튀김은 그냥 모두 아는 그런 맛이다. 

프리미엄 뼈등심 돈가스가 18000원이라는 걸 생각하면 맛있긴 한데 그정도까지 비싸게 먹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 뭐 나름 먹을만하긴 했고 여행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순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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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마무리 하긴 뭔가 아쉬워서 동생이 미리 준비해둔 젤페디를 숙소에 가서 붙이기로 했다. 

하루 일정이 드라이브 - 점심 - 카페 - 저녁 .... 뭔가 많이 아쉽긴 해서 이렇게라도 더 가족의 시간을 가져보자는 느낌으로.. 사실 원래도 하자고 얘기나왔던건데 마지막날에야 기억나서 이제야 하는거였다. 

구성은 이렇게 들어있었는데 내 발톱 사이즈에 맞는걸 붙이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내 발엔 이렇게 대충 붙이고 옆에서 엄마 손에도 예쁘게 붙였다. 확실히 손이 더 예쁘게 되는거 같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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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페디까지 붙이고 동생숙소에서 다시 우리 호텔로 돌아왔는데 뭔가 또 이렇게 마무리하기 아쉽다는 이유와 아빠의 남은 소주를 마셔야겠다는 이유로 안주를 사와서 술판을 벌였다. 

튀김이 조금 과하긴 한데 숙소 앞에서 파는 닭발튀김이 뭔지 너무 궁금해서 주문했다. 사실 가격은 17000원으로 싸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양이 엄청 푸짐해서 거의 치킨한마리 먹는 느낌이었다. 맛도 괜찮아서 배부른 상태에서도 맥주랑 같이 튀김을 거의 다 먹었다. 

같이 나온 계란찜도 부드럽고 맛있었고 듬뿍 담아준 소스는 양념치킨 소스같았지만 닭발튀김에 잘어울렸다. 

서울가선 다시 못볼 것 같아서 편의점에서 곰표 밀맥주 한캔을 사서 곁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