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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ng City Chicago2022 후기

진예령 2023. 1. 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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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국 여행의 목표 중 하나였던 WCS(West Coast Swing) dance 이벤트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미국 여행 일정은 시카고에서 2박3일 후 LA로 이동해서 일주일 정도 있다가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나에게 여행 일정을 물어본 모든 사람들이 왜 굳이 시카고와 LA 인지 궁금해해서 춤추러 가는거라고 이어 설명을 했었다. 농구로도 유명한 도시이니만큼 농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코스로 가기도 한다며 의도하지 않게 농구팬으로 오해받기도 했다. 

그런 이유는 아니었지만, 예전에 샌프란시스코쪽으로 출장을 갔던 시기에 LA 에서 할로윈 이벤트(wcs)가 있었고, 그 때 너무 재미있게 갔어서 언젠가 한번 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할로윈 이벤트를 간다는 사람이 있어서 냉큼 같이 가자고 요청했다. 아무래도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이기도 해서 해외여행이 두렵던 차이기도 했고, 춤 이벤트를 가는건 아는 사람과 함께 가는게 훨씬 더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살고있던 지인들까지 추가되어서 같이가기 딱 좋은 4명의 인원이 완성되어 그대로 티켓을 사고 미국까지 날아오게 됐다. 


시카고에서 열렸던 이벤트는 Swing City Chicago(SCC) 라는 이벤트로, 시카고에서 열리는 두개의 이벤트 중 하나다. Chicago Classic 이라는 이벤트도 크게 있어서 시카고에 춤 이벤트를 간다고 하면 이건가 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SCC 는 할로윈에 하는 이벤트라서인지 그렇게 큰 이벤트는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이벤트 규모에 대한 기준은 미국 기준으로는 크지 않은 이벤트라고는 들었지만 그래도 300-500명 정도가 참석하는 규모로 한국에서 주최하는 이벤트에 비해서는 제법 큰 규모를 자랑한다. 

미국 전 지역에서 사람들이 참여하기보다 근처, 미국 중부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전 지역을 도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라 제법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대체로 미국 서부에 WCS 이벤트가 훨씬 많은 편인데 대부분 집 근처에서 하는 이벤트를 더 많이 참석하는 편이라, 서부 쪽 이벤트는 서부 사람들이 대다수고 중부 이벤트는 중부 사람들이 많고, 동부 이벤트는 동부 사람들이 많다. 그나마 이 중 몇몇 큰 이벤트들은 다른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온다거나 미국 내에서도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참석하는 경우가 있는데 스윙 시티 시카고는 그정도로 큰 규모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로컬의 분위기를 조금 더 잘 느낄 수 있었고, 이 동네 분위기는 훨씬 친근하고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랑도 잘 놀아주는 분위기라 그 사이에 어울릴 수 있어서 즐거웠다. 


시카고에 머물렀던 일정은 금요일 오전부터 일요일 저녁 정도까지로 딱 이벤트만을 위한 일정으로 잡았다. 시카고에 대한 이미지가 무서워서 일정을 짧게 잡았던 거였는데 다행히 이벤트가 있는 지역은 다운타운과는 거리가 있었고, 듣기로도 이 동네는 시카고에서도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범죄와도 거리가 멀어서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도 중간에 잠시 마트에 가거나 외식을 하러 갈 때 깨끗하게 정리된 길가와 조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금요일에 도착하자마자 체크인을 하고 바로 근처 마트를 찾아 간단하게 장을 봐왔는데 할로윈 시즌이라 그런지 마트 입구에 호박이 엄청나게 많았다. 이 즈음에는 그래서 호박이 재료인 음식들도 많고 호박을 장식해서 꾸며놓기도 하는 듯 했다. 

금요일은 낮에 진행한 workshop과 저녁부터 진행한 All-American J&J 예선과 All-star Strictly 예선 정도가 있었다.

J&J과 Strictly 의 차이는 파트너가 참가한 이후에 대충 찍어서 정해지느냐 혹은 미리 정해서 나가느냐의 차이로, J&J은 대체로 랜덤하게 정해진 파트너와 춤을 춰야하는데 본선 전에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과 춤을 추게되는데, 간혹 처음 만난 파트너와 끝까지 추게 되는 경우도 있다. 

All-American J&J 은 레벨이나 나이에 상관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는데, 파트너가 될 사람의 레벨도 모르겠지만 운좋게 잘 추는 사람을 만나면 더 즐겁게 놀고 올 수 있다. 물론 내가 만날 사람이 잘 추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운이겠거니 하고 그냥 운을 즐기는 거다. 추가로 여기에서 진행된 All-American 은 처음 만난 파트너와 끝까지 추는 케이스였다. 

All-star Strictly 는 All-star 레벨인 사람들이 파트너를 정해서 참가하는데, 레벨은 순서대로 Newcomer, Novice, Intermediate, Advanced, All-star 로 챔피언은 아니지만 아주 잘 추는 사람들이 참석하는 대회다.(레벨은 각 레벨별 J&J 대회에서 포인트를 얻으면 승급하는 구조인데 대회가 얼마 없는 한국에서는 포인트 좀 따려면 원정을 나가야한다)  각 대회는 관심있게 보고 있는 사람이나 친한 사람이 있으면 가서 응원해도 좋고 아니면 그냥 구경만 해도 재미있다. 

대회 이후에는 그냥 댄스 타임이다. 볼룸에 나와있는 사람들 중 추고싶은 사람이 있으면 가서 춤 신청을 하고 춤을 추거나 구경하거나... 대부분은 추거나 구경하거나 앉아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춤을 추고싶지 않다면 거절을 해도 되긴 하지만 모처럼 해외까지 나왔으니 신청을 받으면 그냥 나가서 열심히 추고, 눈만 마주쳐도 냉큼 가서 춤추자고 하고 추고 돌아왔다. 한번도 안춰본 사람과 춤춰보는 것도 그 나름의 묘미가 있다. 이 사람은 음악을 어떻게 듣고 어떻게 표현하는지, 같은 음악을 들어도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이랑 춰도 음악이 달라지기 때문에 출 때마다 다른 느낌이다. 이벤트 때 워크샵을 듣고 다들 조금씩 배워가면서 달라지기도 하니 더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한다. 

 

동이 틀 때까지 춤추고 일어나자마자 들으러 나온 오전 11시의 워크샵이었다. 웬만하면 오전 일정은 빼려고 했지만 Markus & Tren 은 미국 서부나 아시아, 유럽쪽에서는 자주 보기 어려운 프로들이기도 하고, 춤추는 스타일이 너무 멋져서 꼭 한번 워크샵을 듣고 뭐라도 배워보고 싶어서 나왔다. 

후다닥 워크샵을 듣고 오후에는 나도 참가해야하는 Novice J&J 이 있어서 후다닥 차려먹은 식사였다. 

나는 한국에서 출발했지만 만난 지인들은 다 미국에 있었기에 한식이 그립겠거니 싶어서 햇반을 비롯해서 김치와 참치캔 등을 챙겨갔는데 이분들은 이미 미국에서 잘 챙겨먹고 있었다. 덕분에 아주 푸짐하게 차려진 한식상을 호텔에서 차려먹었고 든든한 뱃심으로 J&J을 준비할 수 있었다. 

정신없이 몰아쳐서 J&J 결승까지 끝내고 먹은 저녁은 시카고피자였다. 시카고와서 한번은 먹어야지 하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마지막날 피자집에 가겠지 생각했지 이렇게 포장해와서 호텔에서 먹을 수 있을 줄은 몰랐다. 호텔에서는 거리가 있어서 못먹을거라고 생각했던 루마네티의 딥디쉬 피자였는데 포장해서 오는 시간 때문인지 살짝 식긴 했지만 내용물은 고기반 치즈반으로 토핑이 아주 화려하게 올라와있었다. 맛이 없을 수 없는 맛! 심지어 우리는 이 피자를 먹기 직전에 저녁을 먹었음에도 다들 맛있다하면서 엄청 잘 먹었다. 

저녁까지 먹고나서는 할로윈 코스튬까지 갖춰입고 다시 볼룸으로 돌아갔다. 이 이벤트가 할로윈 이벤트긴 하지만 사실 여기에서는 코스튬을 입거나 할 계획은 없어서 준비해간 것들이 없었는데 피자를 사다주신 현지 지인분이 우리의 코스튬까지 다 챙겨와주셔서 챙겨입고 분위기에 함께 휩쓸릴 수 있었다.  

코스튬 입고 돌아다닐때는 핸드폰을 다른사람에게 맡겨서 아쉽게도 남아있는 사진이 많지않다. 대부분 아래 사진의 볼룸에서 자유롭게 춤을 췄는데 대회나 행사를 진행할때는 이렇게 진행자가 나와서 설명과 함께 뭘 할지 기대감을 증폭시켜주곤 했다. 

코스튬을 자랑하는 시간이 끝나고 프로쇼 할 때 쯤엔 핸드폰을 찾아서 냉큼 자리를 잡아버린 덕분에 좋은 자리에서 구경할 수 있었다. 춤이 기본이지만 코스튬이 추가된 덕분에 스토리가 추가된 춤을 볼 수 있었다. 이건 J&J 이나 Strictly 와는 또 다른 형식으로 공연에 가까운 방식인데, 미리 영상 혹은 소품들을 준비해와서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하는 거였다. 

어떤 준비를 했는지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Swing City Chicago 2022 - PRO SHOW

 

www.youtube.com

Pro show 외에도 영상으로 All-star J&J 이나 Strictly 등의 영상들을 볼 수 있어서 안간 사람들은 어떤 느낌인지 일부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진짜로 가서 느끼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번 Swing City Chicago 에서 느꼈던 건, 예선, 준결승, 결승을 한번에 연달아서 하는 것도 꽤 괜찮았다는 거였다. 

보통 다른 이벤트에서는 예선과 준결승을 토요일에 하면 결승을 일요일에 하는 식으로 나눠놓기에 alter(결승에 올라가야할 사람이 출석하지 않았을 때 대기하다가 올라갈 수 있는 사람)를 따로 두곤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을 하루에, 그것도 거의 연달아서 진행하니 alter도 필요없고 후다닥 끝나버려서 내가 뭘 잘못했나, 잘했나를 따지고 있을 정신이 없다. 어떻게 보면 단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결승까지 빨리 끝내버리니 이후 일정을 맘편히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나에겐 너무 크게 와닿았다. 

결과를 바로바로 불러서 볼룸을 떠나지 못한다는 단점아닌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그 덕분에 탈락해도 탈락했다는 슬픔에 가라앉을 시간이 별로 없다는 장점(?)도 있긴 했다. 게다가 이렇게 바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줄어든건지 원래 이렇게 계산을 잘 했던건지 원래 스케줄에 올렸던 시간과 거의 벗어나지 않는 순서로 진행되어서 딜레이가 하나도 없던 부분 역시 감탄할만했다. 시간표 보고 엄청 대충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의외로 아주 정확하게 진행되어서 끝날때 즈음 딜레이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보고 진행팀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다만 하나 아쉬운 부분은 중간에 일정이 변경된 부분들에 대해, 온라인에는 따로 공지하지 않아서 볼룸에 없었거나 설명을 놓쳤을 때는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는 거였다. 나중에 facebook 에 누군가 올려둔 걸 보고 공지했었나? 하고 가서 물어보고나서야 일정이 변경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밖에... 다른 이벤트에서 Strictly 는 보통 금요일에 미리 진행되는데 SCC에서는 J&J이 다 끝난 뒤인 일요일에 진행됐다. 그래서 더 맘편히 할 수 있던 것 같기도 하고, 파트너를 구하기도 좋았던 것 같긴 하다. 흔히 Strictly를 J&J보다 먼저 하게되면 살짝 준비운동이나 마음의 준비 같은 느낌으로 파트너를 미리 구해놓고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마지막에 Strictly 를 하게 되니 저녁&새벽의 소셜 동안 추다가 잘 맞는 것 같은 사람을 보고, J&J 이나 워크샵 때 레벨도 확인한 뒤 나랑 같은 레벨이면 신청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파트너 레벨을 안맞춰도 나랑 맞는것 같다 하면 신청해서 나가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아무래도 레벨 차이는 제법 클 수 있어서 흔한 경우일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 Strictly 외에는 이후 일정에 특별한 게 없어서 (J&J Awards는 전날 미리 끝났고 남은 Awards에는 해당하는사람이 없었다) 일요일에는 다같이 저녁을 먹고 바로 공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나가는길에 본 파란 하늘과 호텔 건물옆의 단풍은 제법 예뻤다. 정신없이 몰아친 일정 덕분에 호텔에서 이렇게 밖에 나온 일이 거의 없었어서 보이는 하늘이 새삼스러웠다. 


마지막날 갔던 시카고의 중식당. 어쩌다보니 미국에 와서 한국식 느낌의 중식당에 왔는데 맛집인듯한 규모와 인테리어, 특히나 오픈 키친으로 되어있어 요리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곳 주변에는 사람들이 가득 차있기까지 했다

우리가 도착했던 시간이 저녁시간보다 두어시간이른 시간이었기에 다행히 사람이 없어서 바로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할 수 있었다. 

6명이서 주문한 메뉴는 짜장면과 탕수육, 몽골리안 비프와 팔보채, 그리고 볶음밥이었다. 만두도 먹었던것 같은 기억이 있는데 사진에 없어서 확신을 못하겠다... 먹었었나... 메뉴들은 진짜 다 맛있었고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았던 덕분에 아주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남은 음식은 포장까지 해가야했다. 바로 공항에 갈거였지만 국제선이 아니라 국내선, 그것도 저가형 항공기인 탓에 비행기에서 식사를 제공하지 않아서 간단하게 먹을걸 챙겨가는게 좋다고 한다. (따로 검사하는 것도 없었다) 

이벤트는 끝나고나서였지만 한번쯤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SCC 입장을 위한 팔찌를 모아서 한번 사진을 찍고, 시카고에서의 기억이 좋아서 모처럼 스타벅스에서 시카고 머그컵도 샀다. 집에 이미 머그컵이 많아서 굳이 안사는 편이지만, 짧은 기간이나마 시카고에서의 추억을 기념하고 내가 시카고에 다녀왔다는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덕분에 집에서 한번씩 머그잔을 이용할때마다 이 때의 기억이 생각나서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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