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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기능사 실기 준비+합격 후기

진예령 2021. 9. 9.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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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가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작년부터 올해까지 조주기능사를 준비했던 경험을 남겨보려고 한다. 

작년 코로나로 인해 밖에서 술을 마실 기회가 줄어든 나는, 이참에 바프를 찍고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노선으로 집에서라도 맛있는 술을 마시겠다며 칵테일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고, 그게 모든 일의 시발점이 되었다. 

칵테일 원데이 클래스를 듣고 술을 만들어보니 이게 제법 맛있기도 하고 괜찮은 거 아닌가? 그래서 여러 레시피도 익혀볼 겸 조주기능사를 따면 목표도 생기고 좋겠다 ! 하는 생각으로 조주기능사 수업을 들었다. 

내가 들었던건 아x에서 하는 클래스는 아니었고 다른 곳이었는데 필기 시험을 위한 이론 수업과 실기 시험을 위한 제조 수업을 진행했는데, 40개 술을 모두 만드는건 아니었고 그 중에서도 재료가 비교적 흔한(?) 술들과 자주 나오는 술 정도만 만들었다. 여기에서 전통주도 몇가지 빼고나니 4주 수업동안 실제로 만든건 한 25가지 정도, 한번씩만 만들어봤다. 

덕분에 불안한 마음이 생겨서 집에서도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아주 위험한 생각이었다.) 기주부터 시작해서 술을 한병씩 모으고 재료들도 사다보니 술장이 생기게 되었다.

아x는 가격이 조금 더 비싼 대신 책임보장 같은 느낌으로 술도 종류별로 다 만들어보고 잘 안외워지거나 하는건 보충수업까지 하면서 더 진행하는데다가 혹시나 그러고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붙을때까지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하니 혹시나 자신이 없다면 이쪽으로 가는게 더 좋을 것 같다. (내가 술장을 만든 가격을 생각하면 여기서 배우는게 훨씬 싼 가격....)

그렇게 만든 술장과 취미로 만들게 된 칵테일. 

이렇게 술을 잘 사모으면 집에서 시험장과 거의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놓고 연습을 할 수 있게 된다. 

장점이라면 장점이긴 한데, 단점은 이렇게 열심히 술을 만들고 나면 그걸 마시는게 다 나라서 .... 외우고나서 술마시면 다 까먹을 수 있다. 내가 첫 실기에서 떨어진건 이것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첫 실기도 이렇게 갖춰놓고 연습했는데 정작 시험장에선 엄청 떨고 시험장에서 맛을 생각한다고(시험장에서는 어차피 만든 술 다 버리니까 괜히 맛에 신경써서 만들 필요는 없다. 시험에서 요구하는 것만 정확히 하면 된다)  괜히 블렌딩도 더 돌리고.... 문제도 손이 많이가는 것들이었는데 여기저기서 시간을 다 까먹고 주변에서 그렇게 많이 주던 팁들도 까먹어서 마지막 가니쉬를 못만들었다고 잔을 제출하지 못해서 실격으로 돌아와야했다. 

하고싶은 말은, 이렇게 갖춰놓고 연습한다고 합격하는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도 이렇게 연습하다보면 조금 더 익숙하게 술을 찾고 잔도 찾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순 있겠지. 참고로 이런 배치는 시험장마다 다녀온 사람들이 후기를 잘 올려준 것들을 참고하면 된다. 조주기능사 실기 후기 + 장소이름을 합쳐서 검색하면 정말 잘 설명된 글이 네이버 카페에 있다. (그런 면에서는 아x가 아주 유익했다. 비록 거기에서 수업을 듣진 않았지만 정말 고마운 카페다)

위 사진은 만드는 쪽에서 찍은 거고, 아래는 반대편에서 찍은거다. 사실 여기도 몇가지 재료가 없긴 하다. 전통주 같은것도 뒷편에 안동소주와 복분자 정도만 두고 다른 술은 없었다. 사진엔 안나오지만 뒤쪽으로 와인종류와 전통주를 두었다.  체리도 몇번 먹다가 빨리 안먹어서 곰팡이가 피는바람에 ...ㅠㅠ 작년에 준비할때만 사용하고 버린 뒤로 다시 사오지 않았다. 

아래에 칵테일 그림이 있는건 내가 실기 준비를 할때 레시피를 외우려고 제일 많이 봤던 레시피 카드인데 그 중에서도 안 외워지는것들 중심으로, 레시피가 복잡하거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들, 그리고 만드는 방법을 최대한 다양하게 섞어서 3잔씩 구성해놨다. 3잔 x 4세트. 

조주기능사 실기는 40잔의 칵테일 레시피를 외우고 그 중에서 3잔의 시험문제를 받는데 이 3잔을 7분 내에 만들어야 하는 시험으로, 어려워보이지만 쉽고 쉬워보이지만 어려운 ..... 그런 시험이다. 합격한 사람 입장에서는 쉽고 떨어진 사람 입장에서는 이걸 어떻게 해? 하는 정도 느낌으로 어렵다.

합격한 사람들이 다 하는 얘기지만서도, 레시피만 제대로 외웠고, 시험장에서 술과 재료들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면 금방 만들 수 있기에 준비를 정말 잘 해야한다는 걸 얘기하고 싶다. (레시피 암기와 마음의 준비....?)

술을 좋아하고 관심이 있다면 색만 보고 이 술은 무슨 종류의 술이겠구나 같은걸 맞추거나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색이 없는 술이라면 진이나 보드카, 화이트 럼 정도를 베이스되는 술에서 생각해볼 수 있을거고 그 외에는 트리플섹 정도? 화려한 색이라면 달달한 리큐어 종류일거라고 생각할 수 있을거고 누런 색이라면 위스키나 데낄라 같은 술을 생각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술을 그렇게 다양하게 마셔보지도 않았고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막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걸 외워야 하는데, 이런거라면 차라리 병의 디자인 같은걸 미리 찾아보고 외우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검색하면 이것도 나오니까 꼭  참고하자!!)

시험장에 준비해둔 병 같은 경우 어느정도 한정적이기도 하기 때문인데, 국내에 수입되는 술, 특히나 시험장에서 쓰는 술은 비싼 술을 굳이 두지 않기 때문에 진, 럼, 보드카, 데낄라, 위스키 같은 것들은 대체로 가격이 싼 술들 위주로 두는 것 같았다. 

아래 사진처럼 내가 준비한다고 갖춰둔 중에 러셀스 같은 술은 절대 시험장에서 볼 수 없을 것.... 개인적으로 마실때도 한번씩 칵테일로 마시긴 하지만 왠지 아까운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도 조주기능사를 준비한다면 집에 간단하게 칵테일 만드는 도구 정도는 있으면 연습해서 손이 빨라지는데는 도움이 된다.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셰이커와 지거, 바스푼과 스트레이너 정도의 도구들인데 아무래도 조주기능사를 준비한다는건 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기도 하고 칵테일도 당연히 관심이 있는 사람일테니 이정도는 있으면 좋다. 제일 싼걸로 사면 2만원대 정도로도 충분히 살 수 있으니 말이다.

없어도 뭐 적당히 칵테일 만들어먹을때는 다 대체할만한 용품들이 있긴 하다만.... (있는게 좀 더 폼나긴 한다)

무튼 1차에서 장렬하게 실격한 이후 다시 도전할때는 레시피 외우는데에 집중해서 3잔x4세트를 만들면서도 한잔도 마시지 않고 고이 보관했다. 덕분에 집에있는 온갖 종류의 병들이 나와서 술을 담아두는데 썼다. 

시험장에서는 만든 술을 다 버리고 정리하고 끝내지만 도저히 술이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는 나로서는 이렇게라도 보관해놨다가 나중에 시험 끝나고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 그대로 냉장고로 들어갔다. (그리고 시험 종료 후 2주 안에 다 먹었다는 후문)

1차때는 잘 안외워졌던 것들이 레시피가 복잡하고 많이 안만들어본 것들이라면 

다시 외울때는 잘 안외워지는게 생긴게 너무 비슷해서 헷갈리는 애들이었다. 심지어 여기에서 금산, 키스오브 파이어, 진도는 재료가 하나씩 없어서 만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이건 따로 뽑아놓고 시험장 가기 직전까지 계속 외웠다. 이 시험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건 진짜 레시피 외우기다.... 이게 안되면 답이 없음.... 잘 모르니까 더 긴장하고 하나 모르는것때문에 시간 지나거나 놓치면 실격이니까 ㅠㅠ 

 

내 기억에 처음 받았던 문제는 허니문, 피나콜라다, 블러디메리 였고

두번째에 다시 시도했을때 나왔던 문제는 금산, 피나콜라다, 드라이마티니 였다. 

피나콜라다랑은 무슨 웬수를 졌는지 다른사람들은 블렌딩하는 칵테일은 안만들었다는 사람들도 많던데 난 항상 블렌딩 ..... 그래도 레시피를 외우면 다 되긴 하더라. 처음은 7분은 개뿔 가니쉬 못만들었다고 잔 제출 놓쳐서 실격당했는데 두번째는 다 만들고도 3분쯤 남아서 30초는 뭐 내가 덜 한거 있나 다시 보고 또 고민하다가 시험관님이 다 만들었으면 정리하라는 말 하는거 듣고 정리시작했다. 레시피만 잘 외우고 그대로 만들면 블렌딩 3잔이 나와도 다 가능하더라.... (집에서 해봄. 그리고 피나콜라다는 블렌딩 나오는 문제중엔 재료가 적게 들어가서 쉬운 편이다) 

물론 첫번째 시험에서는 블러디메리도 은근 재료가 많이 들어가서 시간을 많이 잡아먹긴 했고 두번째의 드라이마티니는 정말 만드는 시간을 극적으로 줄여주는 반가운 술.... 이긴 했다. 참고로 칵테일잔은 두잔 정도는 준비되어 있어서 (칵테일잔을 사용하는 술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칵테일잔에 넣는 술이 시험문제로 둘다 나왔다고 당황하지 말자. 어딘가에 있는걸 내더라. 심지어는 금산 같은 경우, 라즈베리 시럽이 들어가는데 이거 일부러 재료 붙여놔서 찾기 쉽게 했다는 얘기도 시험관님이 했었다. (라즈베리 시럽을 넣어야했는데 다른 시럽을 넣은 수험자에게 얘기할 때...)

 

그렇게 시간을 남겨가면서까지 여유롭게 끝내고 정리하고 나왔더니 결과는 아주 좋은 98점. 2점 감점은..... 잘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당했겠지... 아마 사소한 실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이정도면 실격에 비해 아주 완벽한 점수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일 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취미를 위해 국가기술자격증을 땄는데,

작년부터 한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다가 뭔가 하나씩 이루고 바꿔가면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면서..... 점점 더 구르고 있는 듯 하다. ㅎㅎ 요샌 좀 정신없고 피곤하지만 그래도 이런게 더 살만한 것 같은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

 

 

+ 알기로 올해(2021) 까지는 같은 문제인데 내년부터는 시험이 뭔가 바뀐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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