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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돌보기
탈린 하루동안 후다닥 둘러보고 술 사기(+탈린-헬싱키 에케로 라인 페리 후기) 본문
하루동안의 탈린 일정은 가볍게(?) 운동하는 걸로 시작했다. 전날 늦게 잤는데도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서 8시 전부터 말똥말똥한 상태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친구는 침대에 조금 더 있기를 원했기에 혼자 호텔 헬스장에 가서 간단하게 운동을 하고 와서 조식을 먹었다.
조식먹고나서 바로 한 일은 술사러 가는 것. 각자 에코백도 챙겨왔지만 헬싱키에서의 기간 동안에도 술을 마실 웅장한 계획을 세웠기 떄문에 에코백으로는 모자랐다. 쇼핑카트에 술을 한두병씩 담다보니 엄청난 무게가 되어서 둘이 낑낑대며 바로 옆의 호텔까지 술을 들고날라야 했다. 그 무게를 기억해서 탈린에서 술을 더 사진 않았는데 우리가 우리의 술 사랑을 너무 무시했던 것 같다.
호텔 바로 옆, 페리 바로 앞의 알콜샵이었는데, SuperAlko 라는 이름의 매장이었다. 탈린의 알콜샵은 대체로 무슨무슨 Alko 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듯 싶었다.
여기는 그야말로 술을 사기에 아주 좋은... 심지어 위치도 페리 터미널 바로 앞이라 엄청 자리를 잘 잡았다는 생각을 했다. 헬싱키에서 온 사람들이 술을 궤짝으로 사간다는데 여행을 마치고 술을 털어가기 아주 좋은 위치다.
일반적인 맥주캔은 1~2유로 대고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병은 3~4유로정도였다.
칵테일 종류의 캔도 크기에 따라 1유로 미만인 것들도 있었고, 1유로 내외의 술도 아주 많았다.
아주 예쁜 고양이 모양의 병을 가진 와인도 있었다. 가격이 10유로 미만으로 아주 싸서 술이 맛없으면 집에서 화병으로라도 써보겠다는 생각으로 한병 사왔는데 아직 마시지 않고 있다. 와인에는 손이 잘 안가서 ....
그리고 다양한 맛이 나는 리큐어들이 4~5유로 정도로, 크기가 작은 리큐어긴 했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싼 가격이었다. 과일 종류가 다양한것도 좋은데 가격마저도 싸서 뭘 얼마나 사야할지 고민했다.
게다가 10유로 내외의 바나 탈린. 이름에 탈린이 들어가서 기념품으로 챙겨가기도 좋은데 가격도 괜찮아보이고 적당히 달달하면서도 도수가 셀 것 같은 가성비 좋아보이는 술이라 한병 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페리 면세점에서부터 보면서 병이 너무 예뻐서, 특히 병뚜껑이 맘에 들어서 꼭 한병 사야지 했던 술도 많아서 일단 이걸 두어병 집는데서부터 시작했다. 최종은 세병 샀는데, 여차하면 두병은 마시고 한병만 한국에 챙겨가서 친구들하고 마시늰데 다른 두 병은 빈병이라도 챙겨가겠다는 생각으로 골랐다. 그리고 마셔본 바로는 레몬은 후회없이 맛있었다.
볼스나 드카이퍼 리큐어들은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편이라 크게 관심을 가진 않았다.
이름에서부터 꽂힌 도넛 럼. 도넛처럼 달달할 것 같은데 하필 또 좋아하는 럼이라 살지 말지 엄청 고민했다. 가격이 제법 있는 편이었는데 어디서 못본 것 같은 술이라 꼭 마셔보고 싶어서 한병 사왔다. 그리고 아직 못마시고 있다....
플랜테이션이나 짐빔, 잭다니엘은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도 하고 미국에 갔을 때도 자주 봤던 술이라 크게 반갑진 않았다.
그 외에 XO나 위스키 종류는 차마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가격이거나 취향이 아니라 덜 사게 되는 종류라서 대충 훑고 넘어감...
예쁜 병뚜껑은 보드카도 있었지만.... 보드카는 어차피 칵테일로 만들어마시는 나로서는 굳이 꼭 보드카를 사야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러시아나 몽골이라면 한병 샀을지도 모르겠다. 거기는 보드카만 마셔도 너무 맛있었다)
아침부터 잔뜩 산 술을 캐리어의 빈 칸 여기저기에 집어넣고 아주 무거워진 캐리어는 잠시 호텔 짐보관소에 맡겼다. 페리는 무게 제한이나 술 병수 제한이 없어서 맘편히 술을 살 수 있다는게 아주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가볍게 구시가지로 떠난 발걸음. 저녁에 한번 가본 길인 것 같았는데 밤의 조명 가득한 거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여기는 peppersack 이라는 동유럽 레스토랑으로 점심을 먹을까 싶어 꼽아둔 곳이었는데 조식을 너무 든든하게 먹은 탓인지 이 근처를 지나갈 때 배가 고프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나중에 돌아와서 먹을수라도 있으니 일단 사진만 찍어두었다.
시청 건물 1층에 있는 식당도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메뉴는 수프 단일메뉴였다. 게다가 맥주도 없어서 .... 인테리어만 보고 너무 괜찮아보여서 뭘 먹을까 하고 들어갔지만 수프만 있다는게 아쉬워서 스킵했다. 게다가 근처에 다른 레스토랑도 많이 있어서 이중에 괜찮아보이는 로컬푸드 집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바로 식당을 가기엔 아직 너무 배부른 상태라 일단 한바퀴 돌면서 구경을 먼저 하기로 했다. 하늘이 예뻐서인지 시청 앞 광장에서 사진을 찍어도 다 그림같은 사진이 나왔다. 지나가는 골목길마저도 예뻐보이는 유럽.
기념주화를 만드는 것도 내 수집품목중 하나인데, 동전을 가지고 있는게 의외로 어려워서 생각보다 많이 모으진 못했다. 동전을 새로 만들어서 뽑기는 조금 아까워서 그냥 지나쳤다.
대충 구글맵을 켜고 한바퀴 돌기에 좋을 것 같은 루트로 한바퀴 돌았는데, 지나가면서 사진을 막 찍다보니 어디가 어딘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아마도 Harju Street park 였던 것 같다.
이 공원을 시작으로 큰 길과 작은 길을 넘나들며 골목길과 성곽 근처를 찾아다니면서 주요 뷰포인트를 찍었다.
발길 닿는대로 가다가 독립전쟁 전승 기념탑도 갔는데 이 근처에서부터 성곽이 시작되어서 잘 찾아가면 시작점부터 투어를 할 수 있다.
지도에 나온대로 한바퀴...인 것 같지만 안내문이 영어가 아니라서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적당히 추론만 하고 가고싶은대로 갔다.
독립전쟁 전승 기념탑으로 시작된 공원 안에는 탈린 사인이나 발틱웨이 등 다른 볼거리도 있으니 체력과 시간이 괜찮다면 공원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미국의 휑한 공원들보다 훨씬 아름답게 꾸며져있어서 여기저기를 찾아다녀도 멋지다며 감탄하고 돌아다닐 수 있다.
깨알같이 중간에 잔디를 눌러주는 기계인지, 깎는 기계인지 로봇 한대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한 구석에 로봇이 설치된 곳이 있는 걸 봐선 뭔가 하는 것 같았는데, 딱히 잔디를 깎는 걸로 보이진 않아서 정체가 궁금했다.
계속 돌아다니다보니 의도하지 않게 탈린 워킹투어 하는 분들과 중간중간 마주쳤는데,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다보니 운좋게도 우리가 원래 가려던 전망대 들도 찾을 수 있었다. 둘 다 경관이 좋아서 찾아갈만 했다. 비교적 근처에 있는 전망대로 굳이 비슷한 전망대를 찾아가야할 까 싶지만, 비슷하지만 다른 각도를 바라봐서인지 조금 다른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전망대를 둘러본 이후에는 성곽길을 따라가다가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걸 보고 들어갈까 했었다.
하지만 타워를 둘러보는 가격이 은근 비쌌고, 이미 한바퀴를 다 돌았던 터라 체력도 한계인데 돈까지 내고 더 돌아보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돌아왔다. 만약 여기서부터 시작했다면 성 내부를 따라 걸어가며 구경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 넓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한바퀴를 걸어서 돌려니 제법 지쳐서 점심 겸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기로 하고 시청 주변의 레스토랑을 찾았다. 로컬 푸드를 맛보고 싶은 마음이라 로컬 푸드로 보이는 연어수프를 파는 레스토랑으로 결정하고 냉큼 들어와서 앉았다. 수프의 양이 얼마나 될진 모르겠지만 부족하면 더 시키지 뭐 하는 생각으로 맥주 한잔씩 주문하고 수프를 안주로 주문했다. (사실 메인은 맥주였고 수프는 그냥 내가 먹어보고 싶어서 주문했다.)
전날 마신 맥주보다 이 흑맥주가 더 맛있었다. 이 지역에서 잘 나가는 맥주 같은 느낌으로, 한국의 테라나 카스 같았다. 캔맥주로도 파는데 헬싱키에서 먹겠다며 아침에 구입한 술 중 하나기도 했다.
구름이 제법 가리긴 했지만 햇빛이 들 땐 제법 따뜻하고 눈부시기도 한 날씨였다. 더 남쪽에 있어서 그런지 헬싱키보다는 탈린이 훨씬 따뜻해서 여행다니기 좋은 날씨였다.
맥주의 뒤를 이어 나온 수프는 연어수프보다는 감자수프에 가까웠고 연어는 기대보다 적게 들어있어서 많이 아쉬웠다. 맛은 괜찮았지만 생각했던 연어수프와는 달랐고, 연어가 어디에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연어수프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하지만 가게 내부나 바깥자리, 그리고 밖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파란 하늘이 풍경에 100점 가산점을 올려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탈린의 가장 오래됐다는 커피숍도 찾아갔다.
그렇게 특별한 메뉴가 있지는 않았지만 커피만 파는게 아니라 브런치 메뉴도 파는 듯 싶었다.
가게 내부에는 유명한 초콜렛도 팔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느끼긴 했지만 굉장히 앤틱한 느낌의 커피셥이다. 인테리어 전체적으로 나 오래됐음! 을 홍보하고 있는 듯한 느낌. 하지만 그러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레스를 입은 귀족들이 오가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열심히 돌아다녔더니 당이 땡겨서 살짝 달달한 음료를 주문했다. 엄청 맛있다고 하긴 어려웠고, 종이빨대....는 아주 별로였지만 분위기가 좋아서 느긋하게 앉아서 쉬기엔 좋아보였다.
카페를 나오니 바로 앞에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에 대한 입장문(?)을 내건 깃발들이 길을 수놓고 있었다.
생각보다 구시가지가 작아서 한바퀴 도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는데.... 우리 너무 여유 없이 후다닥 돌았나?
시간이 남는 김에 페리 터미널 근처에 있는 마트를 가보기로 했다. 이름이 너무 독특해서 대체 뭐하는 곳인지 궁금했다. 이름하여 사다 마켓 sadamarket. 혹시 한국인이 이름을 지은건 아닌가 싶은 호기심과 정말 물건이 쌀까 싶은 기대로 찾아간 곳이었다.
sadamarket 은 동대문 시장같은 곳으로 옷이나 가방, 물건들을 잔뜩 쌓아놓고 파는 듯한 시장이었다. 진짜 한국에서 들여온 건물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만든 곳이었다.
바로 옆에는 city alko라는 주류 판매점이 있어서 또 놓치지 않고 찾아갔다. 가격은 오전에 갔던 알콜샵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워낙 많은 술을 한번에 보다보니 비슷한 술을 봤는지 아닌지가 헷갈렸다. 크게 다른 것 없이 다 봤던 것 같기도 한데 일부 술은 못봤던 것 같기도 했다.
오전에 술을 많이 샀다고 생각해서 다른 술을 더 사진 않고 육포와 치즈같은 간단한 안주만 구입했다.
헬싱키로 돌아가는 길에 간 터미널은 올 때왔던 D 터미널이 아니라 A 였다.
terminal A에서도 티켓을 뽑는 기계를 사용해서 예매한 표를 뽑을 수 있었다. 돌아가는 페리도 18:30 으로 어제 탔던 페리 시간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탈린에 오는 페리는 19:30 배였다) 돌아갈 땐 3시간 전에 오라고 하길래 어제의 교훈을 보고 대충 두시간쯤 전에 왔는데 이번에도 아주 많이 시간이 남았다. 방금 전에 산 치즈와 육포를 빼서 아침에 산 술을 하나씩 텀블러에 부어서 한잔 했다. 아무리 캔이라지만 술병을 내보이며 먹기는 눈치가 보이기도 하고, 왠지 안될 것 같은 분위기라서.... (나중에 확인했지만 안된다)
페리 터미널에서 파는 간단한 스낵들.
터미널에서 오래 기다리기 보다는 차라리 한시간 전에만 잘 도착하는 걸로 맞추고 근처에서 더 놀다가 오는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터미널에서 할일없이 계속 너무 오래 기다렸던게 제일 아까웠다. 물론 늦게가서 배를 놓치는 것보다야 훨씬 괜찮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탑승한 페리는 아주 작았다!! 전날의 큰 페리를 생각하고 줄을 일찍부터 서서 달리지 않아도 될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페리가 너무 작아서 후딱 타서 좋은 자리를 맡은 사람이 승자였다.
지도상으로 페리는 커보였지만, 생각보다 면적이 작았고 이동할 수 있는 공간도 그리 많지 않았다.
대신 야외 데크가 있던건 제법 괜찮았다. 풍경을 보기에 딱 좋은 위치라 헬싱키 근처의 서늘한 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적당한 두께의 외투나 술만 있으면 충분했다.
이 페리의 내부에는 신기하게도 무대 공간과 라이브 밴드의 연주 공간이 있었다. 식사를 하거나 음료를 주문해서 마시기도 하는 공간이었는데, 라이브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면서는 제법 시끄럽긴 했지만 그런 분위기를 즐긴다면 여기도 제법 멋진 공간이 될 듯 싶었다. 게다가 무대 주변에서는 춤도 출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실제로 누가 춤을 추는건가 했는데,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오니 가운데서 춤추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리더만 있었으면 여기서 춤췄을 것 같은데...하는 생각에 아쉽기도 했다.
우리가 처음 앉았던 자리 근처에는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처음엔 없었다가 나중에 생겼다. 중간까지는 감상할만 했지만 이후로는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와 취향이 맞지 않는 음악을 견디지 못하고 탈출해서 갑판 위로 올라가서 풍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마침 해가 지는 타이밍이라 아름다운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하늘 색이 너무 예뻐서 계속 지켜보기만해도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었다.
이 페리의 면세점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적당히 괜찮은 가격에 여러 술을 팔고 있었다. 오전에 이미 많은 술을 구매했던 터라 더 사도 마시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추가로 술을 사진 않았는데, 이 결정을 헬싱키에서 두고두고 후회할 줄은 몰랐다.... 우리는 술을 아주 많이 마셨다. 예상하지 못했던 건, 페리를 기다리면서도 술을 마셨다는 거였다.
페리 터미널에서 바로 트램을 타고 헬싱키에서의 숙소 스칸딕 파시로 이동했다.
목요일 저녁에도 프리파티가 있어서 잠깐 춤을 추러 갔지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 덕분에 술을 마실 체력도 충분해서 사온 술을 그날 저녁부터 까기 시작했다.
saku는 낮에 시청 근처에서 마셨던 술과 같은 술인데, 맛도 비슷했다. 탈린에서는 가격도 훨씬 싸서 가볍게 사오기 좋았다. gordons jin은 달달한 진토닉인데 핑크색으로 일반 진토닉보다 조금 더 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볍고 깔끔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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