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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돌보기
FLIX 버스타고 시애틀 - 포틀랜드 다녀오기, 그리고 시애틀의 대중교통 본문
FLIX bus 를 타면 시애틀에서 포틀랜드까지 편도 3시간이면 갈 수 있다. 편도로 25~30불 정도로 샀던 것 같다. 미국의 주요 도시를 버스로 이동할 수 있는데, 미리 예약하는 시스템이라 제법 안전해보였다. 내가 머물렀던 숙소가 벨뷰라서 시애틀까지 이동하는 것보다는 공항 정류장에서 타는 게 나을 것 같아 공항에서 탑승했지만, 숙소가 시애틀이라면 그 근처에서 타는게 더 편할 수 있다.
기차를 타고 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한다. 암트랙은 풍경을 구경하기 더 좋다고 하고, 미국 서부에 있는 도시를 지나는 길은 바닷가에 있어서 바다를 구경하며 갈 수 도 있다고 한다. 이동 시간에는 큰 차이가 있진 않았다.
포틀랜드 도시만 보기엔 조금 아쉬울 수도 있지만, 내가 탄 것처럼 아침 7시에 버스타고 가서 10시쯤 도착해서 낮 내내 놀고 저녁 7시쯤 버스타고 돌아오면 당일치기가 가능할 것 같다. 버스가 거의 매시간마다 있어서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하루종일 비가 온다는 소식에 신발이 젖으면 걸어다닐 때 짜증날 것 같아서 신발에 방수 커버를 씌웠다.
공항 정류장에서 타면 장점은, 버스 환승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 동안 공항에서 잠깐 쉴 수 있다는 것. 덕분에 여유롭게 공항을 구경하며 앉아서 쉴 수 있었다. 물론 이건 벨뷰에서 공항으로 오는 버스의 배차시간이 길어서 일찍 와야했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에 어느 기차역 근처나 길에서 덩그러니 혼자 서있는 것보다야 나을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적당히 버스 시간이 되니 버스가 정류장에 도착한 걸 보고 냉큼 달려갔다. 미리 버스 맨 앞자리를 예약해서 이동하는 길 내내 구경하며 갈 수 있었다. 백팩 하나만 메고 갔었지만 캐리어를 가져온 경우엔 버스 옆에 큰 짐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한국 공항버스랑 비슷한 구조)
버스는 시애틀 근처의 도시 하두군데 정류장을 들렀다가 이동했다.
비가 온다더니 ... 그냥 대충 오는게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비가 와서 중간중간 침수된 길들을 볼 수 있었다.
버스가 가야하는 길인데 하수구가 터졌는지 물난리가 나서 다른 길로 방향을 바꿔야 했다.
운전기사분이 굉장히 유쾌했던게, 여기는 물난리가 나서 다른 길로 가야겠다며 설명을 하고는 이게 미국 북서부의 자연이다! 하며 안내했다(걱정은 한톨도 없는 말투). 버스타고 가다가 사고나는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던 중이었는데 운전기사분의 유쾌한 말솜씨에 이게 평범한 일상이라 알아서 잘 가는 방법이 있나보다 하고 맘편히 버스에 앉아있을 수 있었다.
큰 길에서 방향을 돌려서 다른 길을 찾아가는데, 그 옆길에는 다리 아래의 강이 범람한 듯 싶었다. 포틀랜드로 가는 길이 다 막힌건 아닌가 했는데 어떻게 고속도로를 잘 찾아가긴 하더라...
어느 작은 도로를 돌아가는 듯 싶더니 어느샌가 국도인지 고속도로인지, 일직선으로 뚫려있는 길 한복판이었다.
한참 이동하다보니 어느새 파란 하늘이 보였다! 하루종일 비오는 건 아닐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경치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버스 맨 뒤에는 작은 화장실이 있어서 버스로 이동하는 중간에도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는 포틀랜드 중앙역....이지만 버스는 중앙역 앞에서 내려주는게 아니라 한블록 더 이동해서 내려준다
대충 요정도 위치인데, 포틀랜드에 도착했을 때나, 포틀랜드에서 시애틀로 출발할 때 모두 같은 방향에서 버스를 타기 때문에 버스타기 전에 어디로 가는 버스 맞냐고 다시 한번 확인하고 타는게 좋다. 어차피 버스 티켓이 필요해서 기사님이 확인하기 전에 바로 탈 수 없긴 하지만 다른 버스도 비슷한 정류장에서 함께 타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다.
포틀랜드에서 버스타는 곳은 기차역과 제법 가까워서, 기차역에도 잠깐 들러 역을 구경했다. 기차역이 오래되어서 그런지 규모도 있고 내부 건물도 볼만했다. 하지만 쇼핑할 곳이나 음식점 같은건 거의 없어서 잠깐 구경하는게 다였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은.... 특히 시애틀에서 숙소까지 돌아가는 길이 아주 힘들었다.
가장 큰 원인은 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아서.... 그나마 시애틀로 돌아가는 버스를 막차보다 한두시간 전에 도착하는 버스로 예약해서 다행이었다. FLIX 버스는 거의 제시간에 운영되어 괜찮았지만, 시애틀에서 벨뷰로 가는 버스가 제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 않아서 한참을 고민했다.
숙소에서 올 때 내렸던 버스정류장에서 같은 버스를 타고 가면 되겠거니 하고 구글맵에서 버스가 온다는 시간부터 10분 기다렸는데 버스가 안왔다. (실제로 버스정류장은 여기보다 조금 더 걸어나가야 한다. 더 앞쪽에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가면 버스 번호가 써있는 표지판이 있다.) 다음 배차가 한시간 뒤였는데, 버스를 놓친건지, 아니면 여기에 버스가 서지 않는건지 한참 고민하다가 앞에 있던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수근거리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길래 여기가 버스 정류장이 아닌 줄 알았다.
이 때만해도 시애틀의 버스에 대한 믿음이 부서지기 전이었기 때문에 정류장이 틀렸던 거라고 믿고, 시애틀에 처음 내려서 낮에 버스를 탔던 정류장에서 타면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스카이브릿지를 건너 이동했다. 그리고 한시간 대기....
공항버스는 원래 막차 전걸 타야겠다며 FLIX 버스 시간을 맞춘거였는데 한대 놓치는 바람에 막차를 겨우 타고 이동했다. 그런데 그놈의 막차, 내가 막차 오는 시간보다 20분은 더 일찍 정류장에 와서 기다렸으니 당연히 나보다 먼저 갔을리는 없는데, 온다는 시간보다 10분이 더 지나도 안와서 대체 이게 뭐냐, 왜 버스가 안오는지 엄청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20분 경과....... 겨우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가 안오는 그 사이에 무슨 상상을 다 하면서 시애틀 친구와 연락을 하는데, 버스가 시간맞춰서 오지 않는게 원래 그런거냐고 했다. "This is not German, This is Seattle" 이라고.... 정시에 버스가 오는 건 흔치 않은 나라인가보다...
시애틀에서 버스를 여러번 타다보니 이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게, 출발지에서 버스는 딱 정시에 출발하지만, 도착지에 갈 때 즈음엔 딜레이가 발생하는게 흔한 일이었다. 왜냐면 대중교통은 노약자를 위한 교통수단이기도 해서, 버스 타고 내릴 때 보행이 힘든 사람들이 타면 조금 더 배려를 하고 기다려주기 때문이다. 이건 조금 본받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늦어질거라면 지도에 바로 연동되게 할 수는 없는건가.... 한국은 이게 되는데 여긴 왜 안되는가.
아무튼 공항 막차 버스는 벨뷰 환승센터까지 오는거라 겨우 도착했고, 다행히도 자정이 넘었지만 숙소 근처 가는 버스는 아직 있었다. 기다렸다가 타려는데 노숙자인지, 약을 한 건지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듯한 아주머니가 계속 뭐라 중얼거리다가 크게 소리치다가 기사님한테 시비도 거는데 정말 무서웠다.... 저녁에 버스탈때마다 이런 경험을 하다보면 미국에서 버스는 진짜 못타겠더라.
자정이 넘은 시간, 사무실에 사람은 없겠지만 불을 켜져있더라. 내가 이 시간에 미국에서 바깥을 돌아다니고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나마 벨뷰는 안전한 편이라 이렇게 몇번씩 저녁 늦은시간에 버스를 기다리곤 했다. (물론 한국처럼 마음놓고 돌아다니진 못했지만, 그래도 지나가다 강도한테 돈을 뺏길거라는 걱정까지 하면서 달리거나 하진 않았다. 돈뺏기는것보다 총맞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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